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자다르(Zadar)는 역사적인 구시가지와 아름다운 해안,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씨 오르간(Sea Organ)’과 ‘태양의 인사(Greetings to the Sun)’로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자다르의 진정한 매력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에 위치한 매력적인 소도시들을 함께 여행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다르 근교에서 하루 혹은 반나절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대표적인 소도시인 닌(Nin), 파글(Pag), 비오그라드(Biograd na Moru)를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와 추천 코스를 소개합니다.
닌(Nin): 크로아티아 최초의 수도, 바닷소금과 감성의 도시
자다르에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닌(Nin)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고대에는 ‘크로아티아의 첫 수도’로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인구 3,000명 남짓의 소박한 마을에 불과하지만, 3천 년에 걸친 역사와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크로아티아의 뿌리를 탐험하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소도시입니다.
닌의 중심부는 마치 요새처럼 바다 위에 둘러싸인 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돌다리로 연결된 구시가지는 고대 로마와 중세 유럽의 흔적이 공존하는 야외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유적은 9세기에 지어진 성 십자가 교회(Church of the Holy Cross)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석조 기술과 천문학적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낮과 해의 위치에 따라 내부로 비추는 빛이 달라지는 설계는 당시의 과학적·신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외에도 닌에는 닌 고고학 박물관과 로마 시대의 신전 기둥 유적, 중세 시대 주거지 재현 골목 등 다양한 역사적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산책하듯 걸으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을 중심 광장에 위치한 닌의 주교상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상’으로 유명해, 많은 이들이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손을 얹고 기도를 드리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상이 반질반질해질 정도로 많은 손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상징적인 장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역사 외에도 닌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전통 소금 생산지 ‘Solana Nin’입니다. 이곳은 고대 방식 그대로 바닷물을 이용해 소금을 자연 증발시키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소금 창고, 체험관, 소금 채취 데모존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금 채취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에게도 교육적이면서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연 소금은 요리용뿐 아니라 입욕제, 바디스크럽 등 다양한 뷰티 제품으로도 가공되어 판매되며, 여행 선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에게는 닌이 가진 또 하나의 보물, 바로 닌 라군(Nin Lagoon)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라군 중 하나로,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이자 생태 관광지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망원렌즈를 들고 철새를 관찰하는 사람들, 일몰 풍경을 촬영하는 사진 애호가들, 조용히 산책하는 여행자들이 라군 주위를 가득 메우며, 자연과의 교감이 깊은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들고 물 위에 반사된 풍경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닌에는 ‘퀸스 비치(Queen’s Beach)’라는 환상적인 해변도 있습니다. 자다르 인근 해변 중에서도 가장 넓고 긴 백사장을 자랑하는 이곳은, 부드러운 모래와 얕은 수심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해수욕 외에도 해변을 따라 조성된 보드워크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일광욕을 즐길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주변에 작은 푸드트럭과 음료 스탠드도 운영되어 피크닉 기분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물은 유난히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자연형 휴양지입니다.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닌에는 전통 레스토랑과 현지 음식점이 골목골목 숨어 있습니다. 오징어 구이, 흰살 생선 구이, 흑미 리조또와 같은 크로아티아 해안 지역 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며, 수제 와인이나 라벤더 꿀을 판매하는 상점도 많아 식도락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교통편도 매우 간단합니다. 자다르에서 닌까지는 버스로 약 30~40분, 차량으로는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반나절 여행지 혹은 당일치기 코스로 적합합니다. 버스는 Zadar Main Bus Station에서 출발하며, 여름 시즌에는 빈도도 높고 좌석도 여유로운 편입니다. 차량을 렌트할 경우 닌 외에도 인근의 작은 마을이나 해변을 함께 둘러보며 더욱 풍성한 일정을 짤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닌은 크로아티아의 풍부한 역사, 자연의 아름다움, 전통문화가 오롯이 살아 있는 특별한 소도시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스토리는 깊고 다채로우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크로아티아의 본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자다르에 머무는 일정이 있다면 꼭 하루를 투자해 닌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파글(Pag): 달 표면 같은 풍경, 치즈와 레이스의 도시
파글(Pag)은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북동쪽으로 약 45km 떨어진 파글섬(Pag Island)의 중심 도시로, 독특한 자연환경과 오래된 전통 산업, 그리고 강렬한 대비를 지닌 풍경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입니다. ‘달 표면처럼 생긴 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석회암 기반의 건조한 지형이 특징으로, 녹음보다는 회색빛 바위와 황량한 언덕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어 아드리아해의 다른 초록빛 섬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독특한 풍경은 영화나 광고 촬영지로도 자주 활용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파글의 대표 특산물은 단연 파글 치즈(Paški sir)입니다. 이 치즈는 섬 고유의 기후와 생태 환경에서 자란 양들의 우유로 만들어지며,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지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섬에는 수십 개의 소규모 치즈 농장이 운영 중이며, 여행자들을 위해 치즈 테이스팅, 생산 과정 견학, 양 방목장 체험 등을 제공하는 미식 체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갓 만든 신선한 파글 치즈를 맛볼 수 있는 시즌으로, 미식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일정으로 꼽힙니다.
또한, 파글은 전통 수공예품인 파글 레이스(Paška čipka)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15세기부터 이어져 온 이 레이스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완전한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정교함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을 중심의 Pag Lace Gallery에서는 다양한 전통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구매도 가능해 고급스러운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마을 골목에서는 레이스를 직접 제작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마주칠 수 있는데, 이 광경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습니다.
도시 중심부는 중세 시대에 형성된 석조 거리와 성곽이 남아 있어, 마치 유럽 중세 도시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주요 산책 코스로는 파글 대성당에서 출발해 공화국 광장을 지나 항구까지 이어지는 루트가 인기 있으며, 길가에는 작은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해 걷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건축 애호가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섬 전체는 차량으로 이동하기에 편리한 구조이며, 본토와는 파글 브리지(Paški Most)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다리는 본토와 섬을 잇는 중요한 관문으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해협의 푸른 바다와 하얀 절벽의 조화는 단연 최고의 뷰포인트로 손꼽힙니다.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에는 특히 아름다우며,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파글은 여름철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르체 비치(Zrće Beach)에서 열리는 EDM 페스티벌 덕분입니다. 이 축제는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대형 음악 이벤트로, 글로벌 DJ들이 참여하며 밤새 이어지는 파티로 유명합니다. 수영장, 클럽, 루프탑, 해변이 결합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파글을 ‘크로아티아의 이비자’라고 부르게 만들 정도입니다. 반면, 조용한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북부 해안의 소도시나 작은 마을을 선택해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자연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는 섬 북쪽의 해안 절벽 트레일, 서쪽의 조용한 만(灣), 남쪽의 소금 평야(Solana Pag) 등을 추천합니다. 소금 평야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소금 생산지로, 자연 증발 방식으로 생산된 천일염은 품질이 높아 현지 요리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방문객을 위한 소금 박물관과 체험장도 마련되어 있어, 치즈와 함께 섬의 또 다른 풍미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교통편으로는 자다르에서 파글까지 차량으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섬 진입부터 중심지까지는 포장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자가용 또는 렌터카 여행자에게 최적화된 코스입니다. 버스도 하루 몇 차례 자다르에서 출발하며, 섬 내에서는 자전거나 스쿠터 대여도 가능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여행 일정이 넉넉하다면 섬 북부의 해산물 마을이나 와이너리까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파글은 그 자체로 상반된 매력을 품은 섬입니다. 거칠고 메마른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섬 안에는 정교한 레이스와 풍부한 치즈, 축제와 고요한 자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합니다. 이 특별한 분위기는 오직 파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경험이며,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단 한 곳만 색다른 목적지를 찾는다면 바로 이곳을 추천합니다.
비오그라드 나 모루(Biograd na Moru): 가족과 함께 즐기는 해변 휴양지
비오그라드 나 모루(Biograd na Moru)는 자다르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중소도시로, ‘바다 위의 흰 도시’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아름다운 해변과 휴양지 분위기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의 수도였던 역사도 있으며, 지금은 가족 여행자와 요트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소도시입니다.
비오그라드의 주요 명소는 보산 해변(Bošana Beach)과 드라기치나 해변(Dražica Beach)으로, 해변 옆에는 유럽식 캠핑장과 키즈파크, 워터슬라이드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자에게 최적입니다. 여름에는 바닷속이 맑고 수온이 적당하여 수영하기 좋으며, 해안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아침 산책이나 조깅 코스로도 훌륭합니다.
도심 중심에는 마리나(Marina Kornati)가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서는 요트 투어나 보트 렌탈이 가능하고, 일일 도서섬 투어나 낚시 여행도 출발합니다. 특히 국립공원 ‘코르나티 제도(Kornati Islands)’로 향하는 투어 보트가 이곳에서 다수 출항하므로, 자연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강력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비오그라드는 또한 지역 박물관과 교회, 전통 시장이 소박하게 운영되고 있어, 휴양뿐 아니라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중심 거리에는 크로아티아 전통음식점과 피자, 해산물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재료를 맛볼 수 있는 점도 이 도시의 장점입니다.
자다르에서 비오그라드까지는 차량으로 약 35분, 버스로도 40~5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편리한 편입니다. 많은 리조트와 호텔이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어, 1박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자다르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 근교 소도시들
자다르는 단독 여행지로도 훌륭하지만, 주변의 개성 있는 소도시들과 함께 일정을 구성한다면 그 여행의 밀도와 깊이는 배가됩니다. 닌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파글에서 맛과 문화를 체험하며, 비오그라드에서 지중해식 휴양의 진수를 누려보세요. 각각의 도시는 규모는 작지만, 여행자에게 주는 경험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자다르에 오신다면, 하루쯤은 꼭 이 근교 소도시로 발길을 옮겨보시기 바랍니다.